[손해배상(산)]
판시사항
가. 실화책임에관한법률에서 말하는 중대한 과실의 의미
나. 피용자의 사무집행상 과실로 화재를 발생케 한 경우 과실의 경중을 판단하는 기준
다. 공작물 자체의 설치보존상 하자로 직접 발생한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적용할 법조(=민법 제758조 제1항)
라. 민법 제758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의 의미
판결요지
가. 실화책임에관한법률에서 말하는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통상인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 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가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말한다.
나. 피용자의 사무집행상의 과실로 화재를 발생케 한 경우 피용자 과실의 경중은 그와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 공작물 자체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하여 직접 발생한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는 민법 제758조 제1항이 적용될 뿐 실화책임에관한법률의 적용이 없다.
라. 민법 제758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라 함은 공작물이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결여한 것을 말하는 것이고 여기에서 본래 갖추어야 할 안전성이라 함은 공작물 자체만의 용도에 한정된 안전성만이 아니라 공작물이 현실적으로 설치되어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요구되는 안전성을 뜻하는 것이다.
참조조문
참조판례
가. 대법원 1991.4.9. 선고 90다11509 판결(공1991,1341), 1992.4.24. 선고 92다2578 판결(공1992,1682), 1992.10.27. 선고 92다20125결(동지) / 나. 대법원 1962.10.25. 선고 62다452 판결(집10④민149), 1983.2.8. 선고 81다428 판결(공1983,489), 1987.4.28. 선고 86다카1448 판결(공1987,874) / 다. 대법원 1983.12.13. 선고 82다카1038 판결(공1984,159) / 라. 대법원 1988.10.24. 선고 87다카827 판결(공1988,1461), 1989.7.25. 선고 88다카21357 판결(공1989,1288), 1992.4.24. 선고 91다37652 판결(공1992,1678)
피고, 상고인
한보기업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호
원심판결
부산고등법원 1992.4.24. 선고 91나7255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피고 및 피고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이 사건에 있어서 원심이 인정한 바에 의하면 이 사건 화재는 위 급유선의 송유호스가 요동치면서 송유호스 끝부분에 설치된 철재밴드 및 클립 등이 유류탱크 내벽에 충격, 마찰되고 여기서 발생한 열기에 의해 유류탱크 및 위 선수창고부분에 차 있는 가연성가스가 연소폭발되어 발생하였다는 것이므로, 피고의 피용자들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려면 이들이 위 선박용 연료유인 방카에 이유가 기화성이 강한 유류임을 잘 알고 있었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위와 같이 안전장치가 전혀 결여된 맨홀 구멍을 통하여 급유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던 경우, 즉 위 피용인들과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방카에 이유를 맨홀을 통하여 그대로 급유하게 되면 기름이 유류탱크에 떨어지면서 가연성가스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거나, 송유호스밴드가 철로만 만들어진 경우 유류탱크 내벽과 마찰되면 스파크현상 등으로 열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고, 또 피고의 피용인들과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송유호스밴드를 조사하면 철로만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을 손쉽게 알 수 있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이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에서 지적한 사실들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자세히 심리하여 보지도 아니한 채 만연히 피고의 피용인들에게 실화책임에관한법률에서 말하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고 말았음은 같은 법 소정의 중대한 과실에 관한 법리오해나 심리미진의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특히 원심의 현장검증결과)에 의하면 원양어선인 피고 선박에 설치된 연료주입구는 우리 나라나 일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급유선의 호스의 크기와는 맞지 않아 타국에서 유류를 주유할 때에는 통상 원심판시 맨홀을 통하여 유류를 유류탱크에 주입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의하면 위 맨홀은 현실적으로 유류주입구로도 사용되고 있었다고 보이므로 위 맨홀은 본래의 용도인 유류탱크 내부의 청소나 점검을 위한 안전성뿐만 아니라 유류주입구로서의 안전성도 갖추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판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선박연료주입구는 연료주입시 가연성가스가 유출되지 않는 시설을 갖추거나 또는 유출된 가연성가스가 공기중으로 쉽게 흩어질 수 있는 곳에 설치되어야만 안전성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인바,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위 맨홀이 위와 같은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았고 위와 같은 장소에 설치되어 있지도 아니하여 위 맨홀이 연료주입구로서 갖추어야할 안전성을 결여한 하자가 있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였다고 볼 것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선박의 점유자 겸소유자로서 위와 같은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하여 직접 발생한 이 사건 화재로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결국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의 이유설시 중에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판결결과에 영향이 없으므로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